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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몽상 호주쉐프의 요리이야기

[이상몽상의 호주 워홀기] 호주 뭐킹 홀리데이? (1)

by 날것의 양파 2020. 8. 1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Everyone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 마이클 타이슨 

 

"일단은 그럴싸한 계획을 가져야 한다. 처맞더라도."

- 워홀을 결심한 이상 몽상

 

 

국어사전

워킹 홀리데이 (working holiday)

해외여행 중인 청소년이 방문한 국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가하는 제도.

 

만 31살까지 나오는 이 비자는 나라에 따라서 일생에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1년 동안 일 하는 시간에 다른 제제가 없는

말 그대로 자유롭게 일하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비자다.

 

한 번 관심이 쏠리니 다른 옵션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고 워킹 홀리데이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별 다른 자격요건이 없으며, 특정한 날짜에 신청을 하지 않아도 되며, 세계에서 가장 기본임금이 높다는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정했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나였지만, 영어 한 마디 못하고 가서도 좋은 경험을 했다는

여러 가지 후기 글과 2012년 높은 호주 환율 시대에 넉넉한 돈을 벌어왔다는 이야기는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도시를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하나라며 이것저것 검색해보던 나는 호주 육가공 업체 일자리 프로그램이라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마침 한국 정육점에서 1년이 넘는 경력이 있던 나는 육가공 공장에 대해 관심 있게 알아보게 되었다.

멜버른에서 출발하는 전철선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육가공 업체에는 이미 많은 한국인 워커들이 일을 하고 있고

현지 매니저가 핸드폰 은행 계좌 개통 등 기본적인 정착에 대해 도와주는 것은 물론 업체 소개부터 필수적인 예방주사까지

여러 가지 과정을 대신해주는 이 프로그램을 단 돈 백만 원에 도와준다는 참으로 "합리적인" 패키지였다.

 

1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낯선 곳에서 일 자리를 구하는 수고와 정착과 기본적인 정보를 얻는 데 드는 시간을 백 만원에 줄여준다.

가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고 하면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의미 없는 시간을 날려버릴 수도 있는 위험에서 벗어나는 건 물론이고

일주일 길어야 10일 정도면 써버린 100만 원은 금세 복구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서자마자 이미 내 손은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상담 날짜를 잡고 상담을 하고 여러 가지 자료를 받고서는 마지막 관문인 부모님 앞에서 의견을 펼쳐 보았다.

 

호주에 돈 벌러 갑니다. 제가 모은 돈 중 300만 원만 주시면 알아서 할게요.

아는 사람은 있니? 영어도 못하잖아? 호주가 인종차별 심하다던데! 호주 거기 얼마 전에 한국인이 맞아 죽었다는데

(실제로 내가 출발하려는 시기의 1년 전쯤 브리즈번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안돼 위험해.

기본 급여도 높아요.

거기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해야 그렇게 받지

그냥 갈 건데요.

안된다니까

이미 표 끊고 다 준비했어요.(실제론 입금만을 남겨두었다)

아이고 골이야....

 

대략 이 정도의 설득 과정 끝에 마지막 입금을 남겨두고 호주의 출발할 날짜를 대략 정해 둔 그때였다.

설득(?)과 준비 끝에 입금만을 남겨 두고는 여기저기 호주를 간다며 인사도 드리고 회포도 푸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다들 걱정 반

너 어디 섬에 잡혀서 새우 잡는 거 아니야?

외국인 노동자라고 맞는 거 아니지?

캥거루 보니까 사람 하나 잡겠던데?

 

놀림 반

호주형들 사이에서 네 순결이 지켜질 수 있을까?

해외 출입국 장에서 다 벗은 다음에 주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돼

따라 해 봐 돈 히트 미 아이 엠 휴먼, 때리지 마세요 저도 사람이에요. 잘했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뒤로 하고 준비... 는 옷 몇 가지만 챙겨가고 필요하면 사서 쓰지라는 마인드로

침대에 누워 쉬던 그때.

 

묘한 예감에 준 자료를 정독하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스윽 읽어보고 한편에 둔 종이를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급여 준비물 찾아가는 길, 현지 매니져 연락처, 계좌, 현지에 도착해서 해야 할 일과 케어를 받을 일 들 등등을 읽다가

문득 맨 처음에 써있는 지역 소개가 내 눈 길을 사로잡았다.

 

"멜버른에서 출발하는 기차역 종점에 위치한 육가공 업체는...... 한적하고 조용하여 쉬는 날에는 낚시와 자연을 보는 등

여유로운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습니다."

 

멜버른에서 출발하는 기차역 종점에 위치한... 그러니까 멜버른은 아니라는 건데.... 어디지?

알 수 없는 그 지역은 이름은 없이 두루뭉술한 설명과 붉은 점으로 대략 여기쯤이라는 것만 알 수 있게 안내가 되어있었고

나는 왠지 이 곳이 어딘지 알아야 겠다는 생각에 구글 지도를 켜고 붉은 점이 위치한 멜버른 서쪽으로 가는 기차 선을

지도를 통해 따라가게 되었다.

 

그렇게 구글지도에 안내자료와 근접한 지역의 이름을 알려주었고 그 지역의 이름은

구르본

인터넷에 꽤나 유명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있던 그 업체의 이름은

칼더쉬

나는 뭔가에 홀린 듯 그 이름들을 검색창에 적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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