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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몽상 호주쉐프의 요리이야기

[이상몽상의 호주 워홀기] 일단 갑시다 브리즈번(2)

by 날것의 양파 2020. 9. 11.

끼니를 때우고 공용 목욕탕에서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웠지만 피곤보다는 앞 날에 대한 걱정과 불안에

쉽게 잠들 수 조차 없었다. 하루에 30불씩 3일 간 지불 한 잠자리와 하룻밤의 와이파이 값으로 100불을

지불한 순간을 잠으로 낭비할 수가 없었던 나는 꺼내 든  핸드폰으로 여러 검색어들을 썼다 지우고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면서 일자리와 집을 알아봤다.

 

이 일자리 중에서 특별하게 엄청 내세울 수 있는 경력이 없었던 나는 그나마 있던 주방경력을 살려서 주방일을 위주로

알아보았고,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모두가 왠만하면 일 하지 말라고 말하던 "그 식당"에 인터뷰를 보았다.

그나마 인터뷰와 인스펙션을 보기로 한 나는 여권과 현금 핸드폰을 베개 밑에 꽁꽁 숨겨두고는 잠이 들었고,

새벽같이 달리는 기차소리에 놀래서 잠이 깨고 말았다.

 

마트가 어디있는 지도 몰라서 무료 제공되는 계란을 삶아서 아침을 먹고는 집 인스펙션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집의 위치는 에널리에 위치한 하우스. 구글맵으로 겨우겨우 찾아간 그곳에는 웬  폐가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주에 85불. 4인실. 개인 침대 침구류 제공. 한 주 노티스 한 주 보증금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처음에 여길 보고 그냥그냥 살만하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를 정도로 더럽고 낡고

지저분한 그곳은 방만 별채까지 10개 정도가 되었고 사는 인원은 10명이 넘어갔다. 대부분이 싼 값에

잠깐 머무는 워홀러들로 이루어진 곳이였고, 워홀러가 아닌 사람들은 뭔가 그 집처럼 낡고 초췌해 보였다.

 

집주인 할줌마는 연신 이 집의 가격만을 어필했고 이 가격에 이 정도면 괜찮다 며칠 뒤에 들어올 것 없이

바로 들어와라 라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한 번 보면 왠만하면 들어온다는 말 도 안 되는 말까지 해가면서.

믿음은 안가지만 한 주 노티스는 맘에 안 들면 언제든 금방 나갈 수 있을 거 같았고

한 주 보증금은 혹시나 사기를 당하거나 돈은 돌려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출혈이 적은 금액이였다.

 

정말 싼 값만 보고는 집을 결정, 이제는 일자리 인터뷰를 보기 위해 그 식당으로 향했다.

시티에 있는 한식당인 그 식당에 도착해서 주방실장과 면접을 2:1로 보게 되었다.

 

시급 15불 반은 캐시 반은 택스. 일을 그만둘 때 2주 노티스.

(당시 기본 시급 17불 이상, 비정규직은 20불 이상)

(호주는 비정규직에게 20%의 돈을 더 준다, 4대보험도 직장에서 지불함)

 

참.... 지금 생각하면 바로 노동청에 신고는 고사하고 일을 하지도 않을 곳이지만,

영어로는 한마디 말도 할 줄 모르고 당장 이것저것을 알아볼 여유도 없는 것에 더해 최저시급도 몰랐던

대책도 생각도 머리도 없던 그때의 나는 꼭 일하고 싶습니다!!! 라며 강하게 나를 어필했다.

 

다행히(...)도 주방경력과 정육점 경력이 적당히 있던 나는 당장 이틀 뒤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호주 도착 2일째

잠자리와 일자리 두 곳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호구 잡혔다는 걸 안 건 그보다 나중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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